오늘 50부작을 끝으로 TV조선에서 방영되었던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이 종영되었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회차도 적고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채널에서 방영한 탓에 별 관심을 모으진 못했지만 그래도 저처럼 소수의 매니아들은 아주 즐겁게 봤던 세 달이었어요.
사실 김병욱 감독님은 지난 <감자별>을 끝으로 일일시트콤 은퇴를 이미 선언하신 바 있었는데요. 예전과 달리 모든 게 고퀄리티화 된 요즘 국내에만 존재하던 일일시트콤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어요.
그러나 휴식기를 보내던 김병욱 감독의 마음을 돌린 것은 바로 이전에 시트콤을 함께했던 배우 박영규 씨였습니다. 김병욱 감독님이 부친상을 당한 후 박영규 배우님과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다시금 시트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대신 이번에는 연출을 후배에게 맡기고 본인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기획만 봐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거구요.
그래서인지 인물구도나 설정, 그리고 이야기 전개 방식은 예전 김병욱 감성 그대로였습니다. 솔직히 MBC 같은 공중파에서 프라임 시간대에 하고 제작비나 이런 부분에 넉넉한 지원을 받아 회차를 80부작정도로만 늘렸어도 지금보다는 완성도 면에서 훨씬 나았을거라고 생각해요.
오늘만 해도 49회 50회 연속 방영하면서 막을 내렸는데, 사실상 49회가 마지막이었어도 무방할 정도로 50회 분은 거의 예전 명장면 땜질한 스페셜 버전으로 연출돼 안타깝고 조금은 실망스러웠어요. 계약이 50회이니까 50회는 해야하는데, 마땅히 마무리 지을 얘기가 더 없어서 억지로 욱여넣은 느낌이랄까요...
김병욱 시트콤이 자랑하는 코미디 속 진지한 플롯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번에는 가면남과 살인범 플롯이 중간에 미스터리로 끼어서 진행되었는데요. 가면남 같은 경우 추리에서 오는 재미가 충분했지만 회차가 너무 짧은 나머지 길게 끌고가지 못한 채 어정쩡 맺어버렸고 살인범 역시 너무 후다닥 끝낸 감이 없잖아 있었죠.
또 느닷없이 큰자영 간호사가 이쌤에게 고백을 한다든지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 변화도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호흡이 짧다보니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고 풀어냈던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두 명의 배우를 얻었습니다. 한 명은 대책없는 긍정 캐릭터(라고 쓰고 민폐캐릭터라고 읽는다) 역을 맡았던 엄현경 배우와 큰자영 한지완 배우인데요.
엄현경 배우는 그전에 해피투게더에서 예능인으로서의 모습만 보다가 이번에 정말 제대로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 완전 매력 제대로 느꼈고 한지완 배우님은 이번에 처음 봤는데 시원시원한 마스크와 발성 좋은 연기력으로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아무튼 이렇게 휴일도 너의 등짝에 스매싱도 모두 끝이 나버렸네요. 김병욱 사단 덕분에 즐거웠던 세 달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새롭게 김병욱 시트콤이 첫방을 한다면 저는 언제나 그랬듯 본방사수하고 있겠지요?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