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있게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습니다. 오랜만에 복귀한 감우성과 김선아가 주연을 맡은 월화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인데요. 리얼 어른 멜로를 표방하며 뭔가 묵직한 느낌의 사랑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 같아요.
키스 먼저 할까요는 성숙한 사람들의 서투른 사랑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좀 살아 본 사람들이 키스 한 번으로 죽었던 연애세포가 다시 되살아나며 중년의 로맨스를 즐기게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감우성이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저는 예전에 재밌게 보았던 '연애시대' 생각도 나더라구요.
그런데 얼마전 11화를 보다가 뭔가 수상한 흐름을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6일 방송된 방영분에서는 감우성이 연기한 손무한이 오랜만에 재회한 딸에게 모질게 대하며 뿌리치는 모습을 보인 건데요. 혹시 손무한 시한부인 건 아닌지 의심을 사기엔 충분했던 장면이었죠.
해당 내용은 한밤중에 자신의 집에 불쑥 찾아온 딸 손이든(정다빈)에게 손무한이 화를 벌컥 내고 심한 말을 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현관 비번을 풀고 들어온 손이든은 여자 신발을 목격한 뒤 손무한에게 여자 때매 나를 버렸나는 식으로 소리칩니다.
이에 손무한은 여자가 고작이 아니라 내게는 딸인 니가 더 고작이라며, 그냥 지금처럼 살자고 이참에 아빠를 깨끗이 버려줬음 좋겠다고 모질게 말을 건넵니다. 이에 손이든은 울먹거리다 집을 뛰쳐나가게 되죠.
제가 의심한 부분은 이 뒤 독백 부분인데요. 손무한은 딸을 그렇게 보낸 뒤 홀로 남아 애견인 별이에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런 일로 서러워하면 똥 싸는 것도 서럽다'라는 대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그래도 살아 있잖아. 오늘도 이렇게'라고 덧붙이는데요. 여기서 저는 냄새를 맡은 거죠.
사실 처음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어요. 손무한이 김선아도 밀어내고 딸도 밀어내는 게 뭔가 왜저러지 싶었거든요. 저 방송 장면 외에 손무한 시한부인 사실을 작가가 숨겨놓은 걸 딱히 찾진 못했는데, 다시 역주행하면서 복선좀 찾아봐야겠습니다.
특히 손무한이 아버지 기일도 아닌데 산소를 미리 찾은 것과 수시로 먹는 파란색 약, 그리고 반려견 별이의 안락사를 원하지 않는 등 약간의 단서들이 있긴 했거든요. 사실 저는 시한부 설정을 드라마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손무한이 안 죽고 그냥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시청자이지만 왠지 손무한 시한부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