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직접 와인샵으로 구매를 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당시 와인에 대해 1도 모르는 와알못이었지만(지금도 마찬가지...^^;;) 이제부터 좋아하면 되지 머 하고 당당히 갔더랬죠.


그러나 직원분이 건넨 첫마디에서부터 저는 얼어버렸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주르르 진열된 와인들을 보고 굉장히 고심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제게 직원분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손님?' 모드로 가까이 다가온 것이죠. 와인을 추천받고 싶다는 제 말에 직원분은 상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와인을 찾으시나요?"



어떤 와인이긴 어떤 와인이에요. 그냥 적당히 싸면서 향도 좋고 감칠맛도 풍부한 뭐 그런 와인이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무식해도 너무 무식한 티를 낼 순 없었기에 그냥 이렇다할 와인을 생각하지 않고 왔다고 눙쳤습니다.


그러니 바로 가격대를 물어보시더라구요. 역시나 싸면 쌀수록 좋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5만원 내외에서 괜찮은 거 없냐고 말씀드렸죠. 가격까지 파악한 점원분이 다음으로 파악하고 싶었던 질문은 달콤한 와인을 좋아하시냐는 거였어요. 당도를 물어본 거였고 저는 적당히 달면 좋아하지만 너무 달면 오히려 기피하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어떤 바디감을 좋아하시나요?"


잉? 바디감? 바디감이 뭐지?


바디 하면 우리 몸 그 바디밖에 몰랐던 저는 그 질문에서 벙 찐 채로 점원분을 쳐다봤습니다. 무거운 바디를 좋아하신다면 블라블라 이건 미디엄 바디인데 블라블라 여기는 아주 가벼워서 어떨 때 드시면 좋고... 등등 이어가는 말씀에도 바디감이라는 걸 모르니까 당황할 수 밖에 없었죠.


혹시 저같은 분들이 계실까 싶어 오늘 이 포스팅을 작성했습니다.



와인에서 바디감이란 뭘 의미하는 걸까요?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물을 마실 때와 우유를 마실 때. 확실히 입에서 도는 느낌이 다르다는 걸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으시죠? 물은 조금 사뿐하게 돈다면, 우유는 점성이 진해서 머금었을 때 느낌이 느릿느릿 무겁죠. 그 정도를 바로 바디감이라 부릅니다.



즉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머금었을 때 머무는 와인에서 풍기는 무게감이라든지 균형감 등을 말하는 것이 바로 와인의 바디감인데요. 흔히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다섯가지 요소, 단맛, 떫은맛, 향, 신맛, 도수 등이 입 안에서 강하게 느껴질수록 그건 무거운 바디감을 지닌 와인이라고 표현하며 적게 느껴질수록 가벼운 와인이라고 일컫습니다.


이러한 와인의 바디감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요. 풀 바디, 미디엄 바디, 라이트 바디가 그것입니다. 풀부터 순서대로 무거움의 정도를 나타내게 되지요. 그러니까 가장 무거운 와인은 풀 바디 와인인 것입니다. 바디 별 와인 종류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1. 풀 바디


레드와인의 경우 메를로, 진판델, 쉬라즈, 까베르데 소비뇽 등등이 있으며 화이트 와인의 경우 샤르도네와 샤블리가 대표적입니다. 깊은 숙성의 탄닌 구조감과 강안 느낌이 인상적인 와인들이죠.



2. 미디엄 바디


레드와인의 경우 질감이 넉넉하며 탄닌의 구조감 역시 적당히 숙성된 느낌이 듭니다. 브루고뉴나 삐노 누아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신맛이 적절하며 약간 달콤한 맛이 같이 감도는 게 특징이죠. 리스링 또는 게뷔르츠트라미너가 대표적입니다.



3. 라이트 바디


레드 와인 중 보졸레 누보, 발포리 첼라와 같이 질감이 얕고 가벼운 느낌들의 와인들을 라이트 바디감으로 분류합니다. 과실향이 풍부한 반면 탄닌 구조감은 거의 없는 편이죠. 농도도 얕습니다. 화이트 와인은 상세르, 쉬농, 소아베 등인데 상큼하면서 산뜻한 맛과 아로마가 풍기는 게 특징입니다.



어떤 바디감을 좋아해야 와인을 잘 마시는 거다, 이런 건 없구요.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의 바디감을 찾아가는 것이 와인 매니아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선호하는 바디감을 먼저 찾은 다음 그 바디감에서 맛있는 와인들, 특히 나랑 딱 맞는 브랜드들을 파고 심도있게 음미해 나가는 것이죠.


여러분은 어떤 바디감을 선호하시나요? 이상, 간단 와인 상식 포스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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