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위기란?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위기의 언저리에 산다. 하지만, 환경파괴가 언제 전 지구적 자연재해를 몰고 올지, 핵전쟁이 언제 느닷없이 터질지, 세상을 휩쓸 어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세계 금융시스템이 언제 와르르 붕괴될지, 범위를 좁혀 자신에게, 암선고나 사고나 부도나 실직이 어떤 순간 닥칠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그저 매일 일용할 양식을 소비하고, 돈 벌 궁리를 하고, 작업을 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사람들과 티비프로나 연예인 스캔들 얘기나 하며 일상을 살 뿐이다. 그러다 어느날 불쑥 눈 앞에 모습을 들이대는, 위기의 무서운 얼굴을 본다. 


어느날 지구 반 만한 행성이 날아와 지구 전체를 위협한다면 당신의 그 일상의 욕망과, 고민과, 사랑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에게 다가온 인생 최대의 위기 앞에서 예측 불가능 현실, 그 이상으로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병욱이 새 시트콤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닥치고 스매싱>!


앞에서 보셨던 이야기는 시트콤 <감자별>의 간략한 줄거리입니다. 점점 세상이 빨라지고, TV 방송의 제작 환경도 그에 맞추어 급변하면서 더 이상 시트콤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김병욱 감독 역시 그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김병욱 감독 하면 국내 시트콤의 명실상부 독보적인 존재로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등 굵직굵직한 족적들을 많이 남긴 분인데, 이 분 역시 이러한 얘기를 하면서 더 이상 시트콤을 만들 수가 없다며 <감자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으니, 정말 많이 힘든가 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2017년 김병욱 감독님이 다시금 시트콤 복귀를 선언하셨습니다. 바로 <닥치고 스매싱>이라는 제목의 시트콤인데요. 아직 자세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불황의 끝자락에서 어느 몰락한 가장의 '사돈집살이'와 '창업 재 도전기"등을 담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이킥 시리즈의 이영철 작가가 각본을 맡았으며 김병욱 PD의 부사수 였던 김정식PD가 연출을 맡기로 했답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김병욱 감독님이 다시 시트콤 연출을 하는 것은 아닌 셈이죠.


당초 '영규야'라는 제목으로 편성될 뻔하기도 했듯이 <닥치고 스매싱> 등장인물은 박영규와 박해미의 투톱 주연이라고 합니다. 추가적으로  엄현경, 권오중, 황우슬혜, 이현진, 장도연, 윤서현이 출연을 확정지었구요 11월 중에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니, 곧 브라운관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채널은 TV조선입니다.



감자별 등장인물


감자별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장기하(장율)와 서예지(노수영) 커플, 그리고 하연수(나진아) 양이 그렇게 귀여웠는데요. (하이킥에서 호흡을 맞췄던 황정음이 특별출연한 회차도 재미있었습니다.) 감자별 하연수는 하연수를 좋아하시는 팬들이라면 거의 무조건 봐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답게 <감자별> 역시 상류층 대가족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귀조차 잘 안 들리는 92세의 가장 노송(이순재)을 필두로 전립선이 불편한 중견 기업 대표 노수동(노주현), 그리고 가방끈은 짧지만 어마어마한 재테크 기술로 집안을 일으켜세운 노수동의 아내 왕유정(금보라)와 그들의 아들, 딸 손자들로 한 축이 이뤄져 있구요.


가난하지만 밝고 싹싹한 나진아(하연수)와 그의 집에 뚝 떨어져 제2의 마크 주커버그를 꿈꾼다는 홍혜성(여진구)으로 나머지 한 축이 구성돼 있습니다.



감자별 결말 정리

감자별 시청률 왜이렇게 안나왔나...


총 120부작으로 이뤄진 감자별의 결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트콤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뒤 김병욱 감독 역시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고 인정한 바 있지요. 당초에는 이거보다 훨씬 적은 회차로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선 마지막회는 다음과 같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여진구가 연기한 홍혜성이 갑작스레 사라집니다.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던 상대가 떠나버리자 하연수가 연기한 나진아는 내내 울다 일하다 다시 또 울다 지치는 일상을 반복합니다.



그러던 중 혜성의 생일 전날 나진아는 혜성이 설치해 준 위치 추적 어플인 NearU 어플을 확인한 뒤 전에 살던 집으로 찾아갑니다. 평소 어둠을 무서워하던 나진아는 어둠 속 대문 앞에서 하염없이 홍버그를 기다립니다. 작품상으로는 이것이 마지막 장면이지만, 여전히 감자별이 떠있는 걸로 봐서 시간적으로 마지막은 아닙니다. 홍버그를 기다리던 나진아는 속으로 읊조립니다. "그리고 더이상 어둠이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을 눈물로 지새우다 이제는 어느정도 상처가 아물었을 즈음, 그러니까 몇 달이 지난 뒤 진아는 혜성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로 접근한 감자별은 지구방위대의 핵미사일에 의해 폭파되고 맙니다. "세상에 그토록 무섭고 아름다운 광경은 없었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에 한 번 당한 바 있던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감자별>은 디스토피아적 결말로 끝을 매고 있지 않았던 셈이죠.



그리고 1년이 지납니다. 나진아의 생일날이죠. 진아는 이제 혜성을 어느정도 잊은 듯 합니다. 그녀의 옆에는 혜성 대신 그녀와 다른 미묘한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었던 고경표가 연기한 민혁이 있습니다. 진아는 민혁과 즐거운 데이트를 합니다. 그리고는 1년 전 혜성의 생일 전날에 혜성을 기다리듯이 어둠을 응시하는 장면을 회상합니다.


진아와 민혁의 데이트가 <감자별>의 시간상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 옳은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진아는 혜성을 만날 것처럼 암시하였으나, 결국 기다렸던 시점에선 진아가 혜성을 만나지 못하죠.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작품이 끝이 나는 겁니다. 



감자별 결말 해석

열린 결말이지만 무책임하진 않은


먼저 감자별이 애매모호하게 처리한 것은 위에서 소개했든 나진아와 홍버그가 만났는지의 여부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나진아와 홍버그가 만나지 못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나진아가 어둠을 극복했다는 것을 작품 내에서 알려주고 있었고, 굳이 시간을 뒤섞으면서까지 민혁과 잘 되어가는 장면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김병욱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혜성은 시한부였습니다. 진아에게 아픔을 전염시키기 싫어 그대로 떠난 것이죠.



다음은 혜성이 정말로 노수동의 아들이 맞느냐는 점입니다. 이점은 되게 모호하게 그려집니다. 초반부에 오이사가 유전자 검사 결과를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검사 결과가 일치하게 되어 오이사 역시 노준혁이 아들이 맞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니 시청자들이 혼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들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밖에 장율과 노수영은 TV 섭외도 따내는 등 다시 서로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기로 하는 걸로 그려집니다. 노송 할아버지는 차고댁에게 다음 생을 기약하며 고백을 합니다. 노보영은 딸을 출산하고, 노민혁은 여전히 고유의 캐릭터를 유지하며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걸로 시트콤은 끝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하이킥 시리즈 못지 않게 재미있게 본 시트콤인데,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아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 Recent posts